최대 110조원 필요하다는 日 저출산 대책…어떻게 마련할까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입력 2023-05-19 07:51   수정 2023-05-19 08:22



5조엔이냐, 11조엔이냐. 이를 마련하기 위해 세금이나 의료 보험료를 올릴 것인가, 아니면 기업의 팔을 비틀 것인가.

한·일 저출산 대책 정밀 비교(4)에서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차원이 다른 저출산 대책'이 불분명한 재원 방안으로 비판을 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한국의 시각에서 보면 일본의 저출산 대책은 상당히 세세한 부분까지 재원이 분석돼 있다.

지난 3월말 저출산 종합대책을 발표한 한국 정부는 연간 40조원의 예산을 배정할 것이라면서 구체적인 사항은 이후 공개하겠다고 했다. 소관 부처에 따르면 내년도 예산안을 짜는 올 하반기 구체적인 방안이 나올 예정이다.



일본은 이미 시나리오별로 얼마의 예산이 필요하며, 이 예산을 어떤 방식으로 마련할 지, 그리고 그 경우 일본 국민은 각각 얼마를 부담해야 할 지까지 분석돼 있다. 정부가 기준을 공개하지 않은 이번 같은 경우는 전문가와 언론이 앞서서 정밀 분석을 했다.

차원이 다른 저출산 정책을 통해 일본 정부가 두 배로 늘리려는 예산은 3가지로 추정된다. ▲총리가 언급한 가족 관계 사회지출 ▲저출산 대책 관계예산 ▲어린이가정청 관련 예산이 그것이다.



가족 관계 사회지출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기준에 따라 반영한 예산이다. 육아수당과 육아휴직 보조금, 각종 사회보험 등과 관련해 국가와 지자체가 쓰는 예산을 모두 합한 예산이다.

기시다 총리가 한 발 빼긴 했지만 국제비교가 가능하기 때문에 일본 국민들에게 저출산 대책의 규모를 가장 실감나게 보여줄 수 있는 기준이기도 하다. 2020년 일본의 가족 관계 사회지출은 10조7536억엔이었다.



저출산 대책 관계예산은 일본 정부가 5년마다 만드는 저출산사회대책대강에 포함되는 대책을 수행하는데 필요한 예산이다. 육아휴직 보조금과 고교생 수학여행 지원 등 모든 정부 부처의 관련 예산을 합한 숫자다. 2022년 예산은 6조1000억엔이었다. 2013년 3조3000억엔에서 9년새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어린이가정청 예산은 지난 4월1일 출범한 어린이가정청의 연간 예산을 말한다. 유아교육과 보육의 무상화, 육아수당 등을 포함된다. 올해 예산은 4조8000억엔이다.

어느 쪽이든 두 배로 늘리려면 적어도 4조8000억엔, 많게는 10조7536억엔이 필요하다. 이 예산을 어떻게 마련할 수 있을까. 방법은 4가지다. 기업의 분담금 증가, 국채 발행, 증세, 사회보험료 인상이 그것이다.

일본 정부는 '어린이·육아 갹출금'이라는 명목으로 기업에 사원 급여의 0.36%에 해당하는 금액을 물린다. 이 금액을 올려서 예산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돈이 부족하면 빚을 내는 것도 일본 정부의 오랜 습관이다. 부족한 금액 만큼 국채를 발행하면 되니 가장 간단한 방법이기도 하다. 하지만 쉽지 않은 방법이기도 하다. 일본의 국가 부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260%로 주요 7개국(G7) 꼴찌다. 앞으로 일본의 금리가 오르면 원리금 부담도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증세는 소비세 인상을 뜻한다. 아베 신조 전 총리는 소비세를 2014년 4월 5%에서 8%로, 2019년 9월 8%에서 10%로 두차례 올렸다. 저출산·고령화의 진전으로 급증하는 사회보장비 부족분을 매운다는 명목이었다.

하지만 소비세를 올릴 때마다 경기는 급속히 냉각됐다. 아베 전 총리의 정책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극우 성향의 산케이신문 조차 "'잃어버린 30년' 장기 침체에서 회복될 기미를 보일 때마다 소비세 인상이 찬물을 끼얹었다"라고 지적한다.



마지막 네번째는 사회보험료를 늘리는 것이다. 세금을 늘리는 것보다 국민들의 반발이 훨씬 적다. 사회보험료는 월급에서 떼기 때문이다. 명분도 충분하다. 아이들이 많이 태어나면 사회보험료를 내는 사람이 늘어나니 결국 피보험자, 즉 사회보험료를 내는 사람에게도 이득이란 논리다.
네 가지 방안 가운데 답은 거의 정해진 것으로 보인다. 기시다 총리는 이미 소비세를 앞으로 10년 정도는 건드리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국채 발행도 스즈키 슌이치 재무상이 "재정을 악화시킨다"며 즉각 부인했다.

남은건 기업의 분담금(어린이·육아 갹출금)이나 사회보험료를 올리는 것이다. 일본의 사회보험료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근로자와 기업이 절반씩 분담한다. 결국 기업의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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